1弗 366→800페소로 절하…밀레이 '쌍둥이 적자' 해소 충격카드

입력 2023-12-13 18:37   수정 2023-12-21 16:20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취임 후 내놓은 첫 번째 경제 정책은 ‘페소화 폐지’가 아니라 ‘페소화 평가절하’였다. 페소화 가치 50% 이상 절하, 국내총생산(GDP)의 2.9% 규모 재정 긴축 조치를 두고 시장에선 밀레이 정부가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경제를 짓누르는 만성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달러화 전환 대신 페소화 환율 손질
12일(현지시간) 밀레이 정부가 내놓은 10가지 극약처방 패키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환율 개편이다. 현행 달러당 366.5페소인 환율을 800페소로 조정해 페소화 가치를 약 54% 평가절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공식 페소 환율과 암시장 거래 환율을 맞추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아르헨티나는 그동안 중앙은행이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페소화를 대거 발행해 페소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정부가 공식 환율을 묶어두면서 1000페소가 넘는 암시장 환율과 세 배 가까이 벌어진 상태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매달 2%씩 페소화 평가절하를 시행할 방침이다.

밀레이 정부는 페소화 가치를 낮추는 전략으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만성 적자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루이스 카푸토 경제부 장관은 “지난 123년 중 113년간 재정 적자를 겪었다”며 “이제는 재정 적자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재정·수출 쌍둥이 흑자를 자랑하던 전 정부는 오늘날 우리에게 GDP의 17%에 달하는 쌍둥이 적자를 남겼다”며 “폐허처럼 변한 사랑하는 조국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페소화 평가절하가 아르헨티나의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을 악화해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페소화가 절하되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밀레이 정부가 ‘페소화 폐기’ 공약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밀레이 대통령이 온건파 경제팀을 꾸리면서 달러화 전환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카푸토 장관은 그동안 달러화 전환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또 중앙은행 총재에 달러화 전환 정책을 주장한 에밀리오 오캄포 아르헨티나 거시경제연구센터(CEMA)장 대신 산티아고 바우실리 전 재무장관을 내정했다.

페소 평가절하는 달러화 전환의 사전 단계로 보기도 한다. 페소를 달러로 대체하려면 어느 정도 달러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페소화를 평가절하해 수출을 늘리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GDP의 2.9% 지출 삭감
이날 카푸토 장관은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공공사업 계획 축소 등의 공공개혁 정책도 발표했다. 밀레이 정부 추산에 따르면 에너지 보조금 삭감으로 연간 GDP의 0.5%, 교통 보조금 삭감으로 0.2%에 달하는 재정지출을 절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사회보장 및 연금 삭감으로 GDP의 0.4%를 추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GDP의 총 2.9%에 해당하는 재정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그는 “정치는 사람들 주머니에 돈을 넣어준다는 식으로 속이고 있는데, 우리는 모두 보조금이 무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며 “마트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사람들의 교통비를 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레이 정부는 1년 미만의 정부 근로 계약 미갱신, 새로운 공공사업 입찰 중지, 일부 세금 인상안도 확정했다. 또 정부 부처를 18개에서 9개로 축소하고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재정 이전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카푸토 장관은 “경제 비상사태라는 급한 불을 먼저 끈 뒤 모든 수출관세 철폐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상미/김인엽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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